주문한 설렁탕이 사무실로 배달되자 사무실 사람들은 식사를 하려고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그 때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김대리가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팔을 끌며 안으로 들어왔다.
"왜,거기서 혼자 식사를 하세요? 우리도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같이 하시면좋잖아요.
어서 이리 앉으세요."
김대리는 도시락을 손에 들고 멋적어 하는 아주머니를 기어코 자리에 앉혔다.
"아니에요. 저는 그냥 나가서 혼자먹는게 편한데....."
"아주머니,저도 도시락 싸왔어요, 이거 보세요."
정이 많은 김대리는 아주머니의 도시락을 뺏다시피 해서 탁상 위에 올려 놓고는
자신의 도시락을 나란히 꺼내놓았다.
"아니, 왜 이 건물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식사할 곳 하나가 없어!"
"그러게나 말야."
"글쎄, 날씨도 추운데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식사를 하시려 하잖아."
김대리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동료들에게 말했다.멀찌감치 듣고만 있던 창수도
그의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표시를 했다.
아주머니가 싸온 반찬통에는 시들한 김치만 가득했다.
숫기가 없는 아주머니는 자신이 싸온 초라한 반찬이 창피 했는지 고개를 숙인채
조심스럽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김대리는 아내가 준비해준 김이며 장조림이며 명란젓을 몇번이고 아주머니께 권해 드렸다.
그리고 자신은 아주머니가 싸온 시들한 김치만 먹었다.
"김치 참 맛있네요. 아주머니."
김대리의 말에 아주머니는 소리 없이 미소만 지었다. 다른동료들도 아주머니가 싸온 김치를
맛나게 먹었지만 창수는 단 한조각도 입에 넣지 않았다.
창수는 왠지 그 김치가 불결해 보였다.
워낙에 시들한데다가 김치가 담겨있던 통은 너무 낡아 군데군데 허옇게 벗겨져 있었고
붉은 물까지 들어 있었다. 밥을 다 먹고 나자 창수는 아주머니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출근할때 아내가 보온병에 담아준 율무차를 아주머니에게 주었다.
종이컵에 따르면 두잔이 나오지만 머그잔에 가득 따라 자신은 먹지 않고 아주머니에게만 주었다.
아주머니는 거듭 사양 했지만 결국 창수의 성화에 못 이겨 율무차를 마셨다.
대신 창수는 자동 판매기에서 커피 네잔을 뽑아 동료들과 함께 마셨다.
아주머니는 그자리가 어려웠는지 율무차를 마시는 내내 벽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맛있게 마셨어요. 근데 제가 다 마셔서 어떻게 하지요?"
"아니에요."
아주머니는 창수가 준 율무차를 조금도 남김없이 다 마시고는 진심으로 고맙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머그잔을 씻어 준다며 밖으로 나갔다.
그날, 7시쯤 집으로 돌아온 창수를보자마저 그의 아내가 대뜸 물었다.
"아침에 가져간 율무차 드셨어요?"
"그럼."
"어저면 좋아요. 맛이 이상하지 않았어요?
"왜?"
"아니 글쎄, 율무차에 설탕을 넣는 다는게 맛소금을 넣었지 뭐에요. 저녁을 하다보니까
내가 설탕통에 맛소금을 담아 놓었더라구요."
창수는 아내의 말에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다시 돌아 보게 되었다.
청소부 아주머니가 싸온 김치를 그가 불결하다고 생각할때, 아주머니는 소금이 들어 있는
짜디짠 율무차를 마셨다. 조금도 남기지않고 몇번이고 맛있다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
그날밤 창수는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이불뒤에 이는 소리만이 고요를 깰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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